음악을 LP로 듣던 시절에는 A-side와 B-side가 있었다. A-side는 타이틀곡과 함께 그 앨범을 대표하는 몫을 맡는다. 하지만 LP를 뒤집어 B-side에 귀를 기울이면 미공개 곡과 수록곡 등이 담긴 또 다른 우주를 만끽할 수 있다. 반대편으로 뒤집어 보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것들이다.
한 대만 영화의 주인공인 8살 소년 양양이 말해준 것처럼.
양양은 선물 받은 카메라로 열심히 사진을 찍는다. 찍은 사진을 인화해 삼촌에게 선물하지만, 삼촌은 어리둥절하다. 자기 뒤통수 사진이었기 때문에.
“삼촌은 뒤통수를 못 보니까 제가 도와드리는 거예요”라고 양양은 답한다. 뒷모습을 보지 못하면 반쪽짜리 진실이라면서.
보이는 걸로 쉽고 빠르게 판단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앞뒤가 다르면 헷갈린다고 말한다. 어제는 이랬는데 오늘은 저렇고, 공식과 비공식이 다르고, 알다가도 모르겠다고. 하지만 우리의 앞면은 주목받지 않는 이면에 부단히 빚지고 있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기에, 단일하지 않아서 더 특별한 것이다. 벽에 걸린 그림의 뒷면, 밤을 비추는 달의 이면, 본편 후의 에필로그, 마니아를 들뜨게 하는 B-side의 정신을 담아 <이면>을 펴낸다. 이면에서 소개되는 글은 흠 없이 완전한 모습이 아닌 서툴고 예측을 벗어난 형태일 수 있다. 다양한 생각의 스케치를 접고 넘나들고 여며 보겠다. 글과 글 사이, 글이 되려는 무언가를 탐험하는 <이면>의 여정을 편히 즐겨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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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곡글은 뭐죠?
앞으로 총 열 번에 걸쳐 일주일에 2-3회 새로운 이야기가 메일함으로 발송됩니다.
1호의 주제는 <꾸준하지 않고 살아남는 법>입니다.
꾸준하지 않고 살아남는 이들의 이야기, 또는 아무도 모르게 꾸준했던 이야기를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