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서 솟아 나오려는 잠, 그것을 살아보려 했을 뿐이다.
우타나사나. 서 있는 상태에서 허리를 숙여 팔을 뻗고 두 발 옆에 손바닥을 나란히 두는 요가 동작이다. 간단한 기본 동작이지만 뻣뻣한 나는 아직도 잘되지 않는다. 요가 선생님이 말하길, 내 고관절은 골반에서 안 빠져나왔으며, 햄스트링은 짧고, 내전근의 힘이 부족해 허벅지가 바깥쪽으로 밀린다고 한다. 가끔은 의미심장한 말을 던진다: “상상력이 부족해서 안 되는 거예요.” 혹은 “땅의 기운을 다리가 흡수 못하고 있어요.”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이 말이다. “남한테 굽히는 거 잘 못 하죠?”
요가에 본격적으로 빠지게 된 건 대학생 때 소화가 잘 안 되면서 부터다. 내과에서 수면내시경을 해봤더니 스트레스성 대장증후군이라며 그냥 몸이 예민한 것이니 커피, 술, 인스턴트 음식을 피하라고 하셨다. 이미 초등학생 때부터 그런 음식을 안 먹고살았다고 말하니 덤덤한 목소리로 꾸준히 스트레스를 관리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참 아이러니한 말이다. 꾸준히 뭘 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 아닌가. 여동생의 진단이 더 정확했던 것 같다. 몸이 불편해 한참 잠에 못 들던 어느 밤 여동생에게 하소연한 적이 있다.
“네가 봤을 때 나는 무엇을 고쳐야 하는 것 같아?” 여동생은 짜증 내며 말했다. “너는 그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문제야.”
작년 여름부터 꾸준히 지켜오던 루틴에 변화를 시도했다. 우선 아침을 거르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아무리 귀찮아도 새벽요가 후 든든한 아침을 먹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그런데 거하게 챙겨먹는 아침이 되려 건강에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글을 읽었다. 소화에는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해 아침을 거르거나 최소한만 먹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시중에 파는 오렌지주스 같이 당이 많은 음식을 공복에 섭취하면 인슐린이 갑자기 분비돼 당뇨병 예방에 안 좋다고 한다. 하루 종일 테니스를 치는 조코비치 선수도 아침에는 채소주스만 마신다더라.
아침을 먹는 대신 한 시간 정도 늦게 일어나 여유롭게 요가를 하기 시작했다. 그 한 시간이 점점 길어지더니 오전 내내 침대에서 잠만 자게 되었다. 침대 속에서 요가를 할까 고민할 때마다 내면의 목소리가 들린다.
“지금 필요한 건 잠이야.”
마침내 내 초월적 자아가 속삭이기 시작했다. 닥치고 자라고 한다. 아트만(개인이 성취할 최선의 자신)과 푸루샤(우주를 관장하는 질서)가 일치하게 되었다. 드디어 진정한 요가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수련의 결과가 기대와 달라도 받아들이라고 했다. 그래, 잠이나 더 자는 것이야말로 내 수련의 길이리라. 그렇게 서너 개월 정도 요가를 놓아버렸다. 그 사이 밀린 겨울잠을 자며 몸이 많이 건강해졌다. 아침을 안 먹어도, 운동을 안 해도 하루를 사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고 오히려 몸은 더 편안했다. 몸의 편안함을 유지하기 위해 자연스레 채식을 하는 횟수가 늘어났다.
문득 새벽에 눈이 떠진 어느 날 요가매트를 바닥에 깔았다.
양반다리를 하고 가볍게 명상을 시작했다. 마음에 집중했더니 몸의 근육이 서서히 이완되면서 저절로 골반이 열렸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몸을 일으켜 세운 뒤 호흡에 집중하며 허리를 천천히 굽혔다. 우타나사나. 오랜만에 해서 그런 걸까. 평소보다 잘 굽혀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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